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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ry thought

* 중국인과 대화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꼽으라면

A-HEE 2020. 3. 24. 18:28

중국인과의 대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상대방의 체면을 세워줄 것"
"원하는 바가 있거나 해야 할 말이 있다면 되도록 완곡하게 표현할 것"을 꼽겠다.

사실 나는 直话直说-
할 말이 있으면 솔직하게 얘기하는 사람이었는데

중국에서 일을 하다 보니 언제부턴가 슬슬 느낌이 왔다.
'아. 이렇게 말하면 안 되는구나. ' 

이른바 '돌려 말하기'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 뒤로 회사에서 일 할 때만큼은 늘 신경 써서 '돌려 말하기' 기법을 썼고, 마침내 중국 동료한테서 "너 이제 말 좀 할 줄 아는구나" 칭찬을 받은 날에는 속으로 만세를 외쳤다. 

 

어느 나라에서든 마찬가지겠지만,
목소리 크고 호탕하기만 한 것 같은 중국인과의 대화에서도 돌려 말하기는 필수적이다. 중국에서 사회생활하려면 갖춰야 할 일종의 고급 스킬이랄까. 사실 비즈니스 미팅에 앞서서도 보통 그들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회의가 아닌 식사자리/술자리를 가지는 것인데, 초면에 만나자마자 바로 일 얘기를 꺼내는게 서로에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맡은 비즈니스 통역도 그랬다.

하루종일 일 얘기는커녕식사하고, 차 마시고, 술 마시고, 산책하고 (술에 취한 채로 무려 두세 시간씩...)

다음 날 오후가 되서야 겨우 자리 잡고 앉아 일 얘기를 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전날과 같은 사람 맞나? 싶을 정도로 단호한 모습을 보이며 거래를 받아들이지 않아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술 먹고 밥 먹고 대접은 다 해놓고 막상 본격적인 미팅에 들어가자 "이건 별로 돈이 안된다"며 거절하던 그 단호함이란... '아니, 이럴거면 어제 왜 그렇게까지 공들인 거지?' 싶었는데 행여 거절을 하게 되더라도 상대방에게 최소한의 성의를 다 보였다- 하는 것을 드러내고 싶어서이지 않았을까 정도로 추측하고 있다. 이들과 또 어떤 사업을 하게 될지 또 모르는 거니까 말이다. 의외로 세심한 사람들이라고 해야 할지...!

 

엔터 직종에 있을 때에는 중국 연습생을 대하는 한국 트레이너의 태도로 인해 회사 내에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었다. 한국에서 하던 대로 강하게 다루면 고분고분 말 들을 줄 알았는데 중국애들은 그걸 전혀 못 받아들였으니까.

그렇게 해서 고분고분 말 듣는 중국 연습생은 손에 꼽는다. 거의 전무에 가깝다. 그런 중국 연습생이 있는 회사는 운이 엄청나게 좋은 거다, 그냥. 

아무튼 대부분은 그런 한국 시스템에 적응하기 어려워했고, 보다 수평적인 관계를 원했다. 몇 시에 일어나서, 언제까지 연습하고 밤 몇시 이후로는 외출할 수 없다고 말하면 대게 돌아오는 반응이

"내가 왜 그렇게 해야 하죠?"

"그리고 숙소에서 안 지내고 집에서 통학할래요.
수업이 하루 종일 있는 것도 아닌데 왜요?" 였다. 

사실 따지고 보면 다 맞는 말이다. 그때마다 진땀 흘리던 한국 경력자들의 분통 터져하는 모습이 아직 눈이 선하다.

 

연습생이라 할지라도, 부하 직원이어도, 중국에서는 기본적인 "체면"을 세워주어야 했던 거다. 

참고로 그걸 이해하지 못했던 한 한국인은 결국 쫓겨나듯 그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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